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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 베이비붐 세대가 박수 받으려면 (이승철 원장)
등록일 2015.07.06 조회 5312

[경제 view &] 베이비붐 세대가 박수 받으려면

[중앙일보] 2015.06.30

 

내는. 그래 생각한다. 힘든 세월에 태어나가 이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기 참 다행이라꼬.”

 

 영화 국제시장속 일흔이 넘은 주인공 덕수가 담담히 읊조리는 대사에 1000만 관객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덕수와 같은 국제시장 세대는 자식에게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모진 풍파를 기꺼이 겪어왔다. 이들의 희생과 노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은 한강의 기적을 선물 받았다.

 

 베이비붐 세대는 국제시장 세대가 마련해 놓은 고도 성장기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세대다. 이들은 1970~80년대에 학교만 졸업하면 손쉽게 취업할 수 있었다. 취직과 동시에 은행 빚을 내서 집을 사도 집값이 계속 올랐고 예금금리도 높아 은행 저축만으로도 꽤 큰돈을 만질 수 있었다. 또한 납부하는 돈에 비해 훨씬 많은 연금을 수령할 수 있어 든든하게 노후보장도 받는 축복받은 세대가 됐다.

 

 하지만 정작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은 불안한 나날을 보내는 게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 1997IMF 외환위기와 2000년대 초반 벤처붐 카드 버블 붕괴를 겪으면서 우리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는 게 마치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게 됐다. 설령 취직을 해도 비정규직 일자리거나 정규직이어도 어려운 경제상황에 월급이 동결되기 일쑤였다. 한마디로 빛 좋은 개살구 신세다.

 

 재테크 역시 쉽지 않다. 요즘은 젊은이들이 집을 샀다고 마냥 축하해주지 않는다. 어차피 소리나게 대출받아 샀을 것이고 혹여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까 매달 이자를 갚으며 마음 졸일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나중에 못 받는 게 아닌 가 불안해하면서도 다달이 떼어가는 연금을 세금처럼 꼬박꼬박 납부하고 있다.

 

 우리 베이비붐 세대는 이러한 아들과 딸의 불안을 알고는 있는 걸까. 덕수와 달리 자식들의 고생을 내가 안 해서 참 다행이라며 이기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갸우뚱할 때가 많다. 아버지들은 ‘60세 정년연장은 두 손 들어 환영하지만 늘어난 정년 대신 월급을 좀 줄여서 청년에게 일자리를 나누어 주자는 임금피크제에는 반대한다.

 

 그렇다고 기성세대가 아들·딸들을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주려고 애쓰지도 않는 것 같다. 기업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규제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고 신규 일자리를 만들자는 창조경제에도 냉소적인 듯하다.

 

 연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금 기성세대는 연금이 나중에 고갈되는지 나몰라라 하고 어떻게든 납부액은 줄이고 수령액은 더 높길 바란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기초노령연금을 부담할 젊은이들의 목소리는 들으려 하지 않는다. 후손들에게 엄청난 빚더미가 넘어갈 것을 알면서 당장 내 노후를 위해 아들·딸들의 어깨에 더 무거운 짐을 올려놓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우리 베이비붐 세대가 과연 국제시장 세대와 같이 세대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지 미래 세대를 위한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 깊이 되돌아봐야 한다. 자식들을 위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자. 우리 기성세대끼리만 일자리를 독차지할 생각하지 말고 자식들한테 나누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줄 생각을 해야 한다. 우리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문제는 자기 책임의 원칙하에 어렵더라도 우리가 해결해보자.

 

 요즘 일본 젊은이들은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를 비판할 때 단카이 몬스터(괴물)’란 표현을 쓴다고 한다. 또한 연금개혁을 둘러싸고 일부 청년들은 고도성장이라는 배부른 잔치를 즐긴 단카이 세대가 음식 구경조차 못한 청년 세대에게 이젠 설거지까지 시키고 있다며 분노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가. 이대로 간다면 20~30년 후 우리 자식들이 사회의 주축 세력이 됐을 때 빚더미만 물려줬다며 원망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를 깨달은 청년들이 베이비붐 세대의 노인복지 혜택을 없애며 홀대하지 않을까?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있어야 대한민국이 지속될 수 있다. ‘한강의 기적을 물려받은 우리 세대가 한강의 위기을 자녀들에게 물려 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승철 전국경제연합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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